[특별대담] “AI 시대, 에너지가 핵심… 미국 기술 패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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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 크라운하트(Casey Crownhart) MIT 테크놀로지 리뷰 에너지·기후 담당 선임 기자와 필리타 클락(Pilita Clark)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중국의 급격한 재생에너지 확장이 향후 AI의 비약적 발전을 떠받칠 기반이 될 수 있을지 토론했다. 케이시 크라운하트: AI 시대에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은 돈이 아니라 에너지다. 이는 미국에서 특히 우려되는 문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이 가동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모두 운영하기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인프라 구축은 요원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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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 크라운하트(Casey Crownhart) MIT 테크놀로지 리뷰 에너지·기후 담당 선임 기자와 필리타 클락(Pilita Clark)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중국의 급격한 재생에너지 확장이 향후 AI의 비약적 발전을 떠받칠 기반이 될 수 있을지 토론했다. 케이시 크라운하트: AI 시대에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은 돈이 아니라 에너지다. 이는 미국에서 특히 우려되는 문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이 가동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모두 운영하기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인프라 구축은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2020년 이전 약 10년 동안 데이터센터들은 효율성 향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서는 매일 수십억 건에 달하는 AI 모델 사용량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효율성 개선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규 전력 공급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으면서 그 부담이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점점 더 많은 전력을 끌어 쓰는 지역에서는 전기요금이 급등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AI가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면서도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을 폭등시키지 않으려면, 미국은 충분한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데 있어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429GW 규모의 신규 발전 용량을 설치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미국에서 순증가한 발전 용량보다 여섯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중국은 여전히 석탄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석탄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대신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 천연가스를 기록적인 속도로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쇠퇴하는 석탄 산업을 부활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오염이 심할 뿐 아니라 운영 비용도 높다. 게다가 미국의 노후 발전소들은 과거보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다. 실제로 2014년 61%였던 설비 이용률이 현재는 42%에 불과하다.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에너지와 AI 기술 모두에서 혁신자가 아닌 소비자로 전락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재생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미국의 석유·가스 수출 수익을 넘어섰다.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허가를 내주는 일은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상세 분석
현재 태양광과 풍력은 가장 비용 효율적이고 빠르게 가동할 수 있는 전력원이다. 그러나 현 행정부는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낮다. 천연가스는 당연한 대안이지만,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핵심 장비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가동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인 해결책으로는 데이터센터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데이터센터가 전력 사용을 줄이기로 합의하면, 새로운 AI 인프라도 별도의 에너지 인프라 없이 운영이 가능해진다. 듀크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연간 전체 시간의 약 0.25%, 즉 22시간만 전력 사용을 줄여도 전력망은 약 76GW의 신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가 발전소를 짓지 않고도 전체 전력망 용량의 약 5%를 확보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유연성만으로는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없다. 크라운하트는 클락에게 “미국이 이런 에너지 공급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 그리고 AI와 전력 사용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질문했다. 필리타 클락: 앞선 문제 제기에 동의한다. 전력망에 부담이 큰 시간대에 데이터센터가 전력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방침은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발전소가 데이터센터의 비상 발전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력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계약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두 방법 모두 신규 발전소 건설 필요를 줄여주며, AI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사용하든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중요한 사안이다. AI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비할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대한 전망조차 극도로 엇갈린다. 현재 수준의 두 배 미만으로 보는 분석도 있는가 하면, 네 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AI 시스템의 전력 소비에 대한 공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시스템이 앞으로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발전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해 자사 특수 칩이 지난 8년 동안 에너지 효율이 무려 4만 5천 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은 과거에도 기술의 전력 수요를 잘못 예측한 적이 있다. 1999년 닷컴 붐이 한창일 때는 인터넷이 10년 안에 미국 전력의 절반을 소모할 것이라는 잘못된 주장이 나오면서 석탄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기도 했다.
정리
그럼에도 일부 국가는 이미 압박을 체감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지나치게 많은 전력을 소비하면서, 더블린 주변부의 전력망 과부하를 막기 위해 신규 전력 연결을 제한하기도 했다. 일부 규제 기관은 기술 기업들이 수요에 맞는 전력 생산 능력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칙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노력이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 또한 AI 자체가 전력 공급을 늘리고,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2023년 “강력한 초지능이 확보되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긍정적이라 보기 어렵다. 미국은 특히 더 어렵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규 전력 설비의 90% 이상이 점점 더 저렴한 재생에너지로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만 뒤처져 예외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유럽은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중 하나를 재생에너지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녹색 에너지 확장 분야에서 분명한 선두 주자는 중국이다. 20세기는 화석연료가 풍부한 국가들이 지배했다. 미국은 여전히 그 시대의 패권을 이어가고자 한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초의 ‘녹색 전력 강국(green electrostate)’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중국이 이를 통해 지금까지 미국이 주도해 온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이는 경제·기술·지정학적 역사에서 눈에 띄는 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케이시 크라운하트: AI가 기후변화 대응 경쟁에서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술 기업 경영진들의 주장에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무런 근거 없이 거대한 약속만 내세운 기술을 기다릴 시간은 없다. 예를 들어 전력망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AI가 계획 수립이나 운영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편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새롭고 더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AI 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분명한 점은 AI가 우리의 전력망과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를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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