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패션뉴스-한국 전문 정보

추상회화가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서사와 스토리를 모두 걸러내고 군더더기 없이 뼈대만 남기는 추상회화는 보는 이들에게 적극적인 상상과 동참을 요구하죠. 눈에 보이는 형태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의도를 다 헤아릴 수 없으니까요. 오랜만에 마음을 울리는 추상회화를 만났습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내년 1월 25일까지 선보이는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추상회화 앞에서 저는 한참을 머물렀지요. ‘명백한 운명’이라는 작품에는 이런 문장이 써 있더군요. “조니가 집을 삽니다(JOH
핵심 특징
고품질
검증된 정보만 제공
빠른 업데이트
실시간 최신 정보
상세 분석
전문가 수준 리뷰
상세 정보
핵심 내용
추상회화가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서사와 스토리를 모두 걸러내고 군더더기 없이 뼈대만 남기는 추상회화는 보는 이들에게 적극적인 상상과 동참을 요구하죠. 눈에 보이는 형태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의도를 다 헤아릴 수 없으니까요. 오랜만에 마음을 울리는 추상회화를 만났습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내년 1월 25일까지 선보이는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추상회화 앞에서 저는 한참을 머물렀지요. ‘명백한 운명’이라는 작품에는 이런 문장이 써 있더군요. “조니가 집을 삽니다(JOHNNY BUYS HOUSES).” 전단지에서 가져왔다는 이 문장은 취약 계층에게 주택을 사들이는 투기 자본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미국이 토착민의 땅을 정복하던 행위를 연상시키지만 브래드포드의 작업에서 국경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슬픔을 이끌어냅니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 다를 게 없습니다.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2023, 캔버스에 혼합 재료.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마크 브래드포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 작가입니다. 미용사였던 홀어머니와 공동 숙소에서 생활했고, 미용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예술을 꿈꾸기 힘들던 상황에서 예술가로 성장했습니다. 30대에 뒤늦게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파마용 반투명 종이 ‘엔드페이퍼’를 자신의 고유한 재료로 활용합니다. 이번에도 그의 삶의 흔적과 빛나는 창의력이 공히 담긴 엔드페이퍼를 활용한 작품 ‘파랑’을 만날 수 있는데요. 엔드페이퍼와 파란색 스텐실, 흑백 신문지 등이 그려내는 지도는 단순한 지도가 아닙니다
상세 분석
. 도시계획 시스템으로 구축된 지형은 결국 빈부 격차, 권력, 구조적인 불평등 등의 역사를 품습니다. 브래드포드는 추상화한 지도 위에 소외된 지역 공동체와 인간 존재에 대한 애정을 심어 새로운 풍경화를 만들어냅니다. 그의 작업을 왜 ‘사회적 추상화’라 부르는지 알겠더군요. ‘파랑(Blue)’, 2005, 캔버스에 혼합 재료.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브래드포드의 ‘사회적 추상화’는 온 힘을 다해 적극적으로 발언합니다.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 신문지 등 도시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는 흔한 재료를 겹겹이 쌓고, 긁어내고, 찢어내는 제작 방식은 회화의 표면을 매우 역동적으로 조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난한 흑인이자 성 소수자였던 브래드포드는 예술가이기 전에 사회의 불의를 몸소 겪으며 살았을 겁니다.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 ‘폭풍이 몰려온다’ 시리즈는 미국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인 카트리나의 피해 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소외된 삶과 함께 이 폭풍을 역사적 퀴어 인물의 삶과 병치해둡니다. ‘공기가 다 닳아 있었다’는 차별을 피해 이주한 흑인 600만 명의 대이주를 기차 시간표의 기록을 통해 보여주고요. 꿈틀꿈틀 움직이는 듯한 표면을 가진 그의 회화는 그보다 더 불안정하게 흔들려야 했던 소수자들의 역사를 대변합니다. ‘폭풍이 몰려온다(Here Comes the Hurricane)’, 2025, 캔버스에 혼합 재료.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공기가 다 닳아 있었다(The Air Was Worn Out)’, 2025, 캔버스에 혼합재료.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지난 9월 초 한국 미술계를 후끈 달구었던 키아프리즈(키아프와 프리즈) 기간에도 브래드포드는 가장 이슈가 됐죠. 세 점의 추상화로 구성된 작품 ‘오케이, 덴 아이 어폴로자이즈(Okay, Then I Apologize)’가 63억원에 팔리면서 한동안 정체된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기 때문입니다.
정리
그런 작가가 천진한 표정으로 페어장에 나타나 서성거리기도 했는데요. 이를 목격하고 보니 마크 브래드포드가 진정한 스타 작가인 이유는 예술의 형식과 내용 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었듯,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작가가 페어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겸연쩍어하는 것 같지 않은 모습에, 저는 이상하게도 그의 작업이 가진 진심에 더 신뢰가 생겼습니다. 전시는 브래드포드의 야심작이자 경험형 작품인 ‘떠오르다’로 시작합니다. 작업실 주변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 광고 포스터, 신문지 등을 긴 띠 형태로 이어 붙여 전시장 바닥에 깔아두었습니다. 관람객은 작품을 볼 뿐 아니라 그 위를 걸을 수 있고, 이들의 발걸음에 따라 이 회화적 조각의 표면은 조금씩 변형됩니다. 어쩌면 당연한 변화, 서로 모르는 이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변화,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조금씩 ‘떠오르는’ 변화. 바로 이것이 전시 제목을 ‘Keep Walking’으로 정한 작가가 우리에게 작품 위를 직접 걸을 수 있도록 한 이유가 아닐까요. 여담이지만, 저는 이 작업이 전시장의 맨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있어도 좋았겠다 싶더군요. 브래드포드의 서사와 진정성을 경험한 후라면, 작품 위를 걸을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이해와 공감이 발걸음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었을 테니까요. ‘떠오르다(Float)’, 2019, 혼합 재료.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나이아가라(Niagara)’, 2005, 비디오, 컬러, 사운드 없음, 3분 17초.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He Would See This Country Burn if He Could be King of the Ashes)’, 2019, 혼합 재료.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관련기사 아트 주인공 자리를 내어주고 가장자리를 보듬는, ‘올해의 작가상 2025’ 2025.11.14by 하솔휘 아트 이런 추상 저런 추상, 본질을 이야기하는 전시 3 2025.11.14by 김성화 아트 2025년, 올해의 목표 독서량을 달성하게 해줄 짧지만 여운 긴 책 4 2025.11.12by 조아란 아트 ‘독서 휴양’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된 이유 2025.11.16by 김성화, Kristine Hansen 아트 까치와 호랑이는 언제부터 정다웠을까
자주 묻는 질문
Q. 어떤 정보를 제공하나요?
A. 패션뉴스-한국 관련 최신 정보를 제공합니다.
Q. 신뢰할 수 있나요?
A. 검증된 출처만 선별합니다.
Q. 더 궁금한 점은?
A. 댓글로 문의하세요.
원문 출처
이 글은 원본 기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