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조각 전시장으로 변신한 시드니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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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의 봄은 본다이(Bondi)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10월 17일부터 11월 3일까지 이어진 ‘스컬프처 바이 더 시2025’(Sculpture by the Sea 2025)는 올해로 27번째 개최된 행사로,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서 타마라마 비치(Tamarama Beach)까지 약 2km의 해안 산책로를 하나의 거대한 야외 미술관으로 변신시켰다. 90여 점의 조각 작품이 절벽과 모래사장 위에 설치되면서, 이 구간은 행사 기간 동안 모두를 위한 공공 야외 조각 공원으로 재구성된다. 입장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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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의 봄은 본다이(Bondi)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10월 17일부터 11월 3일까지 이어진 ‘스컬프처 바이 더 시2025’(Sculpture by the Sea 2025)는 올해로 27번째 개최된 행사로,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서 타마라마 비치(Tamarama Beach)까지 약 2km의 해안 산책로를 하나의 거대한 야외 미술관으로 변신시켰다. 90여 점의 조각 작품이 절벽과 모래사장 위에 설치되면서, 이 구간은 행사 기간 동안 모두를 위한 공공 야외 조각 공원으로 재구성된다. 입장료도, 출입문도 없다. 익숙한 산책로가 전시장으로 변신하고, 파도와 바람과 같은 자연의 일부가 작품에 스며들어 조화를 이룬다. Jina Lee, I,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Louise Whelan 스컬프처 바이 더 시(Sculpture by the Sea)는 널리 ‘세계 최대 규모의 무료 야외 조각 전시’로 알려져 있다. 행사 주최측에 따르면, 올해 전시에는 약 93명의 작가가 13개국에서 참여해 90여 점 안팎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약 45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현장에서 이 행사를 마주하면, 단순한 규모 경쟁이나 숫자 이상의 예술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주민들이 아침 조깅을 하던 길에 등장한 거대한 추상 조각과 인사를 나누고, 점심시간에 커피를 들고 나온 직장인들이 절벽 위 설치 작품의 그늘 아래 잠시 앉아 쉰다. 아이들은 모래사장에 놓인 조각 주변을 뛰어다니며 자연스럽게 예술과 호흡을 나눈다. 스컬프처 바이 더 시는 익숙한 자연 속에 변주를 더하는 조각 작품을 설치함으로써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흐려지는 장면을 매년 새로 창조해낸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야외 전시장 Niharika Hukku, India Shrine,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Daniel Varrica 전시의 기본 동선은 단순하다. 관람객 대부분은 본다이 비치에서 출발해 언덕을 따라 마크스 파크(Marks Park)에 오른 뒤, 다시 절벽길과 계단을 따라 타마라마 비치로 내려간다. 상단의 잔디 언덕에는 수평선과 마주하는 대형 조각들이 배치되고, 절벽 끝이나 암반 위에는 역동성을 드러내는 설치 작업들이 자리한다. 평평한 구간에는 인체형, 토템형, 혹은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 만지고 돌아볼 수 있는 규모의 체험형 작품들이 놓인다. 2025년 전시에서도 이 기본 구조는 유지되었다. 공식 모바일 앱을 열면 GPS기반 지도가 나타나 현재 위치와 가장 가까운 작품과 작가 정보, 간단한 작품 설명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작품에는 짧은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어, 관람객은 바다 소리 위로 겹쳐지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Richard Tipping, Sculpture is…,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Daniel Varrica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띈다. 계단이 많은 구간을 피해 비교적 완만한 구간을 거니는 ‘이지 워킹 루트(Easy Walking Route)’가 별도로 제시되고,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동선도 따로 표기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중심 투어, 호주 수어인 AUSLAN(오즐랜, Australian Sign Language) 통역이 제공되는 안내 프로그램 등은 다양한 감각과 신체를 가진 이들을 모두 포용하여 즐기는 공공 예술의 장임을 보여준다. 공공 전시인 만큼 교육적 성격도 강하다. 학교 교육 프로그램(School Education Program)을 통해 초·중·고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전시를 찾고, 사전에 제공되는 교사용 자료와 학생 워크시트를 활용해 작품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금속, 목재, 재활용 플라스틱 같은 재료는 과학 및 기술(STEM) 분야 공부와 연결되고, 기후,해안 침식, 지역성 같은 주제는 지리 및 환경 과목과 이어진다. 스컬프처 바이 더 시는 야외 미술관인 동시에 현장형 교실로 역할을 다한다. 2025년 본다이를 수놓은 대표 작품들 James Rogers, Siren’s Song,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Henri Fanti 올해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참여한 작가들의 수많은 작품이 본다이 지역 해변을 색다르게 물들였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남동쪽 끝에 자리한 지역인 왈카(Walch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각가 제임스 로저스(James Rogers)는 이 축제의 1회 전시부터 참여해 온 대표적인 장기 참가 작가다
상세 분석
. 올해에 그는 금속 추상 조각 〈사이렌의 노래(Siren’s Song)〉으로 아쿠알랜드 스컬프처 어워드(Aqualand Sculpture Award)를 수상했다. 해당 작품은 곡선과 반복되는 선들로 구성되어, 먼 바다에서 겹쳐 들어오는 파도와 해류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 작품이 설치된 언덕에 서면 금속 구조물 사이로 태평양 수평선이 보인다. 자연의 리듬과 조각의 리듬이 하나의 악보처럼 포개지는 순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했다는 사이렌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연상된다. Ulan&Rachel, Ficus Maris,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Daniel Varrica 관람객이 직접 선정하는 피플스 초이스 프라이즈(People’s Choice Prize) 에는 듀오 작가 울란 머레이(Ulan Murray)와 레이철 번스(Rachel Burns)의 공동작업 〈피쿠스 마리스(Ficus Maris)〉가 이름을 올렸다. 시드니 해안 절벽 위에 흔히 보이는 거대한 무화과나무(Ficus)의 실루엣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뿌리와 가지를 추상화한 구조물이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형상을 띤다. 작품 아래로 자연스러운 그늘이 형성되면서, 관람객은 나무 조각의 그늘 아래 서서 바다를 바라보거나, 구조물 틈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기후 변화와 해안 침식의 시대에도 여전히 버티고 서 있는 나무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작품을 통해 자연의 회복력에 대한 경의를 표하게 된다. Philip Spelman, Cyan Forest,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Charlotte Curd 해당 축제에 20회 이상 출품한 작가 필립 스펠먼(Philip Spelman)은 올해 출품한 작품 〈사이언 포레스트(Cyan Forest)〉로 작가들이 직접 뽑는 ‘아티스트스 픽(Artist’s Pick)’을 수상했다. 푸른색으로 칠해진 기하학 구조물이 숲처럼 무리를 이루어 서 있는 이 작품에서, 각각의 요소는 기둥이자 프레임이자, 추상적인 나무가 된다. 정오의 강한 햇빛 아래에서는 날카로운 실루엣과 그림자가 강조되고, 석양 무렵에는 사이언 블루의 표면이 서서히 톤 다운되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색, 선, 면이라는 최소한의 조형 요소만으로 주변 공간을 재구성하는 스펠먼 특유의 방식이 해안 절벽이라는 자연의 무대 위에서 극대화된 모습이다. Drew McDonald, SOMA,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Charlotte Curd 축제의 유머와 기괴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드류 맥도널드(Drew McDonald)의 〈소마(SOMA)〉가 있다. 빨간 토스터에서 두 마리의 돌고래가 점프하듯 튀어나오는 이 조각은, 설명만 들으면 우스꽝스럽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묘한 정적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낸다. 토스터는 도시의 규칙적인 일상을, 돌고래는 자유와 생동감을 상징하는 존재로 흔히 읽힌다. 두 이미지를 한데 붙여 해변에 놓는 순간, 일상의 기계적 반복과 바다의 예측 불가능한 생명력 사이의 긴장이 드러난다. 이 작품은 ‘왜 이런 조합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통해 관람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Tim Storrier AM, Splotcher,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Charlotte Curd 올해 처음 참여한 호주 작가인 팀 스토리어(Tim Storrier AM)의 〈스플로처(Splotcher)〉도 많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장을 입은 인물이 한 손에 양동이를, 다른 손에 불타는 듯한 붓을 들고 있는 형상으로, 마치 화가가 캔버스를 뚫고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스토리어의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불꽃, 야간 풍경, 긴장감 있는 수평선 등이 조각의 언어로 번역되면서, 예술가의 노동과 집착, 자기 자신에 대한 아이러니한 시선이 동시에 느껴진다. 푸른 하늘과 강한 햇빛 아래 서 있는 이 다소 어두운 인물상은, 본다이 해변 특유의 낙관적인 분위기와 기묘한 대비를 이루며 강한 잔상을 남긴다. Lucy Barker & Jane Gillings, Ways of Seeing,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Charlotte Curd 관객 참여형 작업의 대표 사례로는 루시 바커(Lucy Barker)와 제인 길링스(Jane Gillings)의 협업 〈웨이즈 오브 시잉(Ways of Seeing)〉이 있다. 두 작가는 폐기 예정이던 생선 기름 드럼통을 모아, 내부에 거울·모래·물·형광 스트랩을 채운 뒤, 관람객이 직접 회전시킬 수 있는 거대한 만화경 구조물을 만들었다. 드럼통 안쪽의 거울 면은 바다와 하늘,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조각조각 반사하고, 그 파편들이 회전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낸다. 작업 제목이 가리키듯, 이 작품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정리
바다는 매일 같은 자리에서 출렁이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는 언제나 다르다. 드럼통을 돌리는 손짓을 통해 관람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감상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능동적인 참여자의 위치로 이동한다. “드럼통은 매립장으로 향하던 폐기물이고, 드럼 자체가 화석 연료와 대량 소비를 상징한다”는 작가의 설명처럼, 이 작품은 쓰레기 및 소비 중심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촉발한다. 두 작가는 이미 각각 열 번 이상 해당 행사에 참여한 베테랑이며, 이번 협업을 통해 ‘디팔 오스트레일리아 아티스트 어워드(Deepal Australia Artist Award)를 공동 수상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재료 사용과 관객 참여형 작업이 앞으로 축제가 나아갈 주요 방향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Anton Forde, Tokatuwai / Stand Strong In Water,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Charlotte Curd Fe Heffernan, Braille Echoes of the Sea,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Charlotte Curd 안톤 포드(Anton Forde)의 〈토카투와이 / 스탠드 스트롱 인 워터(Tokatuwai / Stand Strong In Water)〉는 해변 바닥에 깊게 뿌리를 내린 나무 기둥 혹은 토템 같은 구조물로, 한 여성 관람객이 이 작품 앞에서 요가를 하는 장면과 함께 소개되었다. 땅과 물, 몸과 호흡이 연결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면서, 이 조각은 내면의 균형과 단단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캐나다 출신 조각가인 루스 애버네시(Ruth Abernethy)의 〈비그러지먼트(Begrudgement)〉는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두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관계 속에서 쌓이는 미묘한 감정들을 환기한다.이 조각은 사랑과 애정만이 아니라, 서운함, 질투, 오해 같은 감정들이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 어떻게 켜켜이 쌓이는지 보여준다. Ayad Alqaragholli, For Peace,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Charlotte Curd 이라크 출신으로 서호주에서 활동하는 작가 아야드 알카라골리(Ayad Alqaragholli)의 〈포 피스(For Peace)〉는 의자에 앉아 비둘기와 함께 있는 인물을 통해 평화와 망명, 이주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바다를 향해 열린 본다이 해안이라는 장소성과 맞물리면서, 수많은 이동과 경계를 넘어온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청동 조각 작품이다. 브라질 작가 제랄도 잠프로니(Geraldo Zamproni)의 〈바이탈 스레즈(Vital Threads)〉는 굵고 유려한 선과 루프 형태를 통해 ‘생명의 실’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금속과 색채가 결합된 구조물이 바닷바람 속에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공기 중에 떠 있는 드로잉이 고정된 듯한 인상을 준다. 페 헤퍼넌(Fe Heffernan)의 〈브라유 에코스 오브 더 시(Braille Echoes of the Sea)〉는 점자를 연상시키는 표면과 리듬으로 파도의 소리, 해류의 움직임을 촉각적인 언어로 번역한 작업이다. 관람객은 눈으로 보는 동시에 손으로 읽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1997년의 하루에서 2025년의 봄까지 Katharina Mörth, Natural Grown,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Charlotte Curd 스컬프처 바이 더 시의 역사는 1997년, 단 하루로 기획된 실험에서 시작됐다. 체코 인근 야외 조각 공원에서 영감을 받은 설립자 데이비드 핸들리(David Handley)는 본다이–타마라마 해안 산책로를 조각 전시의 무대로 떠올렸다. 준비 기간 10주, 전시 기간은 단 하루. 그러나 약 2만 명이 이 길을 찾았고, 130여 명의 작가가 출품한 작품 가운데 60여 점이 설치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작은 실험은 해변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일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매년 반복 가능한 도시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Martin Hodge, Buoy, Sculpture by the Sea, Bondi 2025. Photo Charlotte Curd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2025년, 같은 해안길에는 이제 90여 점의 작품과 수십만의 관람객이 모인다. 전시가 끝나면 작품들은 해체되고, 해안길은 다시 조깅 코스와 산책길로 돌아간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이 길을 걸으며 〈사이런스 송〉의 금속 선 사이로 보이던 수평선, 〈피쿠스 마리스〉 아래 그늘에서 마주한 바람, 〈웨이즈 오브 시잉〉의 만화경 속에서 분절되던 하늘을 경험한 사람에게 본다이는 해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수많은 관람객에게 이 길은 언제든 다시 새로운 조각이 내려앉을 수 있는 잠재적인 전시장이 된다. 스컬프처 바이 더 시2025는 공공 예술의 가능성을 집약해 보여주는 사례다. 약 45만 명이 찾는 무료 대형 전시로서 시드니의 대표 관광 자원이자 주민들의 연례 행사이기도 한 스컬프처 바이 더 시 2025는 호주의 현재형 예술사 중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The post 야외 조각 전시장으로 변신한 시드니의 바다 appeared first on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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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