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연 “인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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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저 시절 교복 차림으로 <보그> 스튜디오를 찾았던 정호연은 이제 할리우드가 러브콜을 보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독립 영화 준비가 한창인 뉴욕의 어느 가을날, 오랜만에 <보그> 커버를 위해 만났다. 루이 비통 2026 크루즈 컬렉션을 과감하게 스타일링한 그녀의 패셔너블한 모습에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여전사 같은 이미지도 엿보인다. 정호연은 2026 봄/여름 패션 위크가 한창인 뉴욕 거리를 함께 걸으며 여유롭게 화보 촬영의 재미를 즐겼다. 니트 소재 캡과 가죽 장갑, 체크 패턴이 강렬한 원피스가 1960년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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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저 시절 교복 차림으로 <보그> 스튜디오를 찾았던 정호연은 이제 할리우드가 러브콜을 보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독립 영화 준비가 한창인 뉴욕의 어느 가을날, 오랜만에 <보그> 커버를 위해 만났다. 루이 비통 2026 크루즈 컬렉션을 과감하게 스타일링한 그녀의 패셔너블한 모습에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여전사 같은 이미지도 엿보인다. 정호연은 2026 봄/여름 패션 위크가 한창인 뉴욕 거리를 함께 걸으며 여유롭게 화보 촬영의 재미를 즐겼다. 니트 소재 캡과 가죽 장갑, 체크 패턴이 강렬한 원피스가 1960년대 모즈 무드를 연출한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ôte d’Azur) 지역에 위치한 아비뇽 교황청에서 선보인 크루즈 컬렉션에는 늘 그렇듯 여행의 정신이 반영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딕 건축의 화려함은 반짝이는 소재와 각진 실루엣, 리본 디테일에 담겨 있다. 아비뇽 교황청에서 영감을 받은 미니 드레스. 중세 시대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듯 앤티크 패턴을 모던하게 표현한 실크 드레스에, 갑옷의 묵직한 체인과 사슬이 연상되는 부츠, 거대하고 견고한 성벽이 떠오르는 나무 소재 팔찌를 착용했다. 나풀거리는 핑크색 가죽 미니스커트에 정교한 니트 집업 재킷을 와이드 가죽 벨트와 함께 스타일링했다. 오버사이즈 티셔츠의 단순함을 살린 드레스에 수놓은 스팽글과 동화 같은 꽃잎의 광채, 만화 속 불꽃이 일렁이는 듯한 매끄러운 드레스처럼 신비로운 인타르시아 니트웨어의 정교함, 가죽과 메탈릭 체인의 문장 장식까지, 그 모든 것이 크루즈 컬렉션에 존재한다. 타오르는 불꽃 같은 모티브의 케이프와 메탈릭 체인 장식 부츠를 스타일링한 정호연은 매력적인 패션 전사의 이미지. 블랙 앤 화이트의 심플한 체크무늬 원피스는 단단한 중세 성곽의 외벽을 떠올린다. 미러 스팽글과 크리스털로 완성해 중세의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오픈토 부츠가 어울렸다. 금은보화로 가득한 전리품의 방이 있다면 호연이 신은 부츠처럼 금빛으로 반짝이지 않을까? 주황, 노랑, 회색 세 가지 컬러를 그래픽 패턴처럼 분할하고 조합해 완성한 원 숄더 케이프 코트. 하우스의 모노그램을 닮은 나무 소재 뱅글을 함께 스타일링했다. 황토색 스웨이드 소재 톱과 스커트. 금색 단추 장식이 단단함을 더한다. 웨어러블한 피 코트는 추운 전장에서도 끄떡없을 만큼 털 장식을 가미했으며, 견고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은빛 코트는 귀족의 외투 같다. 의상과 액세서리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뉴욕의 아침을 맞이한 호연에게 서울의 밤이 영상통화로 건넨 안부. 지금 서울은 밤 10시인데 뉴욕은 아침 8시죠? 이렇게 일어나자마자 인터뷰하는 것 괜찮나요? 아침에 하기 싫은 것 중 1순위는 뭔가요? 저 일어난 지 30분 됐어요.(웃음) 아침에 하기 싫은 건 일어나는 것? 최근에 영화 촬영 스케줄에 맞춰 살다 보니 당분간은 알람도 맞추지 않고 싶어서요. 몸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1순위겠는데요? 일어나면 나머지는 그냥 자연스럽게 하게 돼요. 모델 일을 하기 위해 처음 간 뉴욕과 지금 배우로 간 뉴욕, 어떻게 다른가요? 뉴욕에 3개월 정도 있었는데요. 모델 시절부터 알고 있던 친구들도 있지만 뉴욕에 사는 사람들과 이렇게 긴 시간 협업한 건 처음이에요. 3개월 동안 많은 사람과 머리 맞대고 같은 프로젝트에 매달리다 보니 특별한 인연이 많이 생겼어요. 모델 일을 할 때는 하루 만나고 헤어지니까 다시 그 사람을 만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거든요. 촬영이 끝났는데도 아직 그 여운이 남아 있어요. 여기 사람들은 ‘Hangover(숙취)’가 남아 있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아주 소중한 경험을 하게 돼서 행복해요. 지금, 2025년 11월의 정호연은 행복합니다. 작품 촬영 중일 때는 중간에 쉬는 날이 있어도 왠지 놀아도 안 되고 조심스럽게 지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편인가요? 신경 쓰지 않고 평소처럼 지내는 편인지, 아니면 강박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만들어 지키는 편인지요? 배우마다 성향이 다를 텐데 저는 조금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다치지 않고 감기에 걸리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그렇게 지키려고 해요. 몇 분, 몇 시간의 경기를 위해 오랜 기간 연습하며 준비해온 운동선수가 막상 경기 당일 컨디션이 나빠져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면 그것만큼 속상한 일이 없잖아요. 촬영이 없는 날, 영화 현장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어 오히려 발견하는 것도 있나요? 네, 있어요. 어떤 영향을 받을지 조심스러워 촬영 기간에는 다른 작품도 안 보는 편이었어요. 이번에는 중간중간 많은 영화를 찾아봤어요. 그 작품들이 새로운 깨달음을 주더라고요. 요즘 제 안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연기는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잖아요. 심지어 혼자 서 있는 장면에서도 카메라와 호흡해야 하고 조명, 의상, 헤어·메이크업 팀과 함께 해야 해요. 연기를 하면서 제 머릿속에 갇히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과 저를 단절시키지 않으려고 해요. 이번엔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여기 사람들은 감정을 교류하고 토론하길 좋아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를 좀 놔줄 수 있었어요.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협업해서 이 프로젝트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나 봐요. 저 죄송한데, 냉장고에 넣어야 할 게 도착해서요. 잠깐 다녀와도 될까요? (잠시 후) 다녀왔습니다! 뭐가 도착했는지 궁금한데요. 생선이라도 왔나요? 아니요.(웃음) 아이스 더티 말차 라테예요! 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먹고 ‘사람들이 대체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거지?’ 했거든요. 어제 친구 따라 마셔봤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부리토랑 아보카도 토스트도 있어요! <오징어 게임> 이후 4년이 지났어요. 이후 여러 편의 작품을 찍었는데 공개되기까지 기간이 무척 길어요. 작품에 대해 말도 못하고요. 배우로서 다른 모습을 빨리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 어떤가요? 와! 4년이나 됐어요? 너무 빠르게 지나갔군요. 관객을 너무너무 만나고 싶고 피드백도 빨리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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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제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그 사이에 많은 경험을 하면서 배우로서도, 인간 정호연으로도 성장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에요. 이 시점의 나를 관객이 어떻게 봐줄까 궁금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오징어 게임> 이후 들어온 많은 제안 중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디스클레이머>, 나홍진 감독의 <호프>, 김지운 감독의 <더 홀>, 그리고 지금의 뉴욕 프로젝트를 골랐어요. 초반의 유명세로 혼란스럽던 시기를 거친 이후 중심을 잡고 커리어를 차근차근 만들어가려는 느낌이에요. 자신만의 기준을 어떻게 세웠나요? <오징어 게임> 당시 인터뷰를 보면 느껴지겠지만 제가 꽤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 벌어졌는데 한편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 많은 기회와 변화를 내 삶에 어떻게 적응시켜야 하지?’ ‘내가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맞나?’ ‘왜 나인가?’ 이런 생각이 들다 보니 오히려 숨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때 당시에는 그런 생각 때문에 선뜻 뭔가를 하기 힘들었어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주위의 선배님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면 “지금 너무 욕심내서 뭔가를 보여주거나 증명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럴 때일수록 베테랑이 많은 현장에 가서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고 얘기해주셨어요. 모두 각자만의 방식으로 말씀하셨지만 결국 제가 알아들은 건 그 메시지였어요. 혹은 제가 듣고 싶은 말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 얘기들이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제 이름이 제일 먼저 나와서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작품은 감사하지만 거절했어요. <디스클레이머>에서 너무 짧게 나와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영화의 이야기가 제일 중요한가요? 이게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요. 사람들이 주연, 조연을 구분하고 중요도를 나누는데 그게 중요한가 싶더라고요. 작품을 선택하는 데 ‘타이틀’이 먼저 오는 건 어떤 면에서는 속임수 같다고 느껴졌어요. 영화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때도 있고 함께하는 사람이 흥미로울 때도 있어요. 저에게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는 작업인지,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가 중요해요. 주연, 조연 등의 역할이 머릿속 뒤편 어딘가에 자리하겠지만 우선순위는 아니에요. 오디션을 봐야 하는지 여부도 중요하지 않아요. 알폰소 쿠아론에 나홍진, 김지운까지 까다로운 현장으로 유명한 감독이 많군요. 물론 쉽지 않은 현장이었죠. 완벽을 추구하는 감독님을 만나면 신체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숨을 곳이 없어지는 느낌이에요. 어떤 연기를 해도 다 들통나고 거짓으로 못할 것 같거든요. 긴장도가 높은 현장이지만 저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저는 축복이라고 느꼈어요. 예산이나 시간 문제로, 혹은 다른 우선순위로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진짜 즐겁게 연기했어요.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깨부수기에 적극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미없잖아요. 저도 두렵죠. 나이가 들수록 저를 깨부수기가 더 어려워요. 경험한 것이 많아지면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대신, 자신에게 갇힐 수 있어요. 자신이 맞다는 생각에 고집이 세져서 남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할 수도 있고, 판단 능력이 좋아져서 남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것들이 가는 선 하나를 두고 아슬아슬하게 왔다 갔다 해요. 저는 모험심이 강하고 많이 배우고 싶어서 그런지 나이 드는 게 조금 무섭더라고요. 사람을 쉽게 판단하려고 하지 않고 균형을 찾고 유연해지려고 해요. 너무 극단적인 말도 안 쓰려고 요즘 노력 중이에요. 공교롭게도 필모그래피를 어둡게 채우고 있는데 어두운 세계 취향인가요? 아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웃음) 제가 드라마 <닭강정>에 출연한 이유가 코미디를 진짜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좋은 코미디에 출연할 기회를 엿보고 있어요. 모든 걸음에는 대의가 있었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왜 그랬을까 지금 돌아보게 되는군요.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자아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음, 저는 직감에 의존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즉흥적이고요. 대본을 읽자마자 ‘이거 해야 돼! 직감이 왔어, 나 이거 할 거야!’ 이렇게 결정해요. 오히려 거절할 때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해요. ‘예스’ 결정은 쉬운데 ‘노’ 결정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자유가 많이 제한됐죠. 이제는 어떤가요? 자유롭나요, 여전히 불편한가요? 제 마음가짐의 차이일까요? 자유로워요. <오징어 게임> 이후 뜨거웠던 온도가 따뜻하게 내려가면서 삶의 여유를 찾았어요. 이 악물고 ‘이것도 잘해내야 되고 저것도 다 해내야 돼’ 하던 시기를 지나 고요의 시간이 왔어요. ‘그 뜨거웠던 온도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지? 온도를 유지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게 또 새로운 온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감정이 지금은 정리됐어요. 점점 더 강해지는 느낌이에요. 지금 되게 좋아요. 어떤 날은 모자를 안 쓰고 걸어 나가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거든요. ‘베스트 바이’에 가서 잃어버린 에어팟을 산다거나 하는 일 같은 거요. 모든 게 뜨거웠을 때는 어떻게든 혼자 있는 시간을 찾았는데 그때 허전함과 외로움과 다양한 감정을 느끼다 보니 지금의 이 따뜻한 온도를 받아들이게 됐어요. 차가워지는 시기가 올 수도 있고 혹은 다시 뜨거워질 수도 있지만 ‘그건 내게 어떤 감정을 줄까, 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설레고 기대돼요. 불안함, 공포심보다는 설렘, 기대감이 더 커요. 지금 대화의 흐름을 보면 이 질문에 당연히 ‘네’ 라고 할 듯해요, 늘 연기가 너무 재밌다고 하던데 여전히 그런가요? 뭐가 그렇게 재밌나요? 연기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에요. 연기자라는 직업은 사람들을 서로 이해시키는 일이라고 여겨요.
정리
인간 정호연으로서는 이 시대의 법과 상식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어떤 규칙에도 구애받지 않죠. 그러다 보니 인간에 대한 공감 능력이 커져요. 인간은 정말 취약한데, 그게 제가 인간을 사랑하는 이유기도 해요. 연기는 인간의 욕망과 에고(Ego)가 진솔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화를 공부하고 슬픔을 공부하고 욕망을 공부하고 현대사회에서는 말하기 조심스러운 주제도 얘기해보고 공부해보는 거죠. 그게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저는 스테디캠을 진짜 좋아해요. 스테디캠 오퍼레이터와 배우는 모든 동선을 다 맞춰야 해서 같이 춤추는 것 같거든요. 두 사람의 모든 동선이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가끔 와요. 매번 노력하지만 매일, 매 장면 오지는 않죠. 근데 현장에 있는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법이 일어나요. 그 순간의 아드레날린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현장에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하면 할수록 연기를 너무 하고 싶고, 현장에 빨리 가고 싶어요. 연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행복해요. 배우 일을 선택한 것이 지금까지 한 일 중 제일 잘한 일인가요? 네. 4년간 여러모로 꽉 찬 시간을 보냈군요. 어려움도 있었겠죠? 행복만 있진 않았고 좌절,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순간도 있었죠. 근데 현장에서든 어디서든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그게 얼마나 큰 자양분이 되는지 배웠어요. 더 어릴 때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안 된다고 여겼거든요. 어쩌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사람이 성장하는지도 몰라요. 우리는 그 감정을 피하려고 노력하잖아요. 부정적인 감정이 배우라는 직업에 도움이 되긴 할 듯해요. 인간을 이해한다는 측면에서요. 맞아요. 인간을 공부하는 게 제 삶의 동력이 되고 있어요. 요즘처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시각각으로 알게 되는 시대에는 쉽게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어요. 삶과 죽음에도 냉소적일 수 있고요. 저도 그런 허무함을 느끼는 시기를 겪었는데 그래서 인간이 아름다운 것 같아요.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고 우리는 너무 연약해요. 그래서 정말 아름답죠. 인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짧은 시간 많은 경험을 했는데 안 해본 것 혹은 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아까 얘기했듯 웃긴 코미디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닭강정> 진짜 재미있게 찍었거든요. 근데 한편으로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모르고 싶어요. 미래를 신비로운 채로 남겨두는 거죠? 네. 어제 본 애니메이션 <리틀 아멜리>가 많은 영감을 줬어요. ‘신’인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영화인데요. 아이가 인간의 몸에 적응하고 인간의 감정이라는 걸 배우게 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물건이 생겨요. 근데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도 있음을 이해하지 못해요. 결국 영화의 메시지는, 헤어지고 잃어버려도 우리가 기억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거예요. 과거에 어떤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든 어떤 행복이 있었든 제 안에 남아 있으니까 굳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지금 충만한 거죠.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어요.(웃음) 이번에 작업한 영화 팀과도 잘 헤어질 수 있을 것 같나요? 그들과 헤어지기는 진짜 힘들어요. 마음이 좀 아파요. 촬영이 끝나고 집에 왔을 때 공허함에 어쩔 줄 몰랐어요. 그걸 이겨내기 위해 운동도 하고 걸어 다니기도 하고 집안일도 하면서 일상생활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여전히 마음 한편에 그리움이 남았어요. 근데 어제 그 영화를 본 순간 ‘괜찮아’ 싶더라고요. 어른이 되면서 원하는 것과 가질 수 있는 것 사이에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함을 배우잖아요. 근데 아이 때는 ‘타협이 뭔데? 그냥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지’ 하잖아요. 그 아이가 저에게 “괜찮아”라고 얘기해주는 듯했어요. 제가 그렇게 기억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보그> 12월호 커버 화보에서 루이 비통 2026 크루즈 컬렉션을 입었어요. 화보 촬영에서 입은 옷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본다면요? 러플과 케이프에서 영감을 받아서 중세 시대에 본인이 새인 줄 알고 사는 여자 이야기 어때요? 사회와 어울리지 못했던 여자가 마지막에 꿈을 꾸고 진짜 새가 되어서 날아가는 판타지 영화를 상상해볼래요. 천상병 시인의 시에 그런 비슷한 시구가 있을 거예요. 잠시만요, 찾아볼게요. ‘나무’라는 시예요.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예요. 올해 가장 크게 얻은 것과 가장 크게 잃은 건 뭔가요? 연기하는 매 순간이 쉽지 않았지만 저의 공포와 불안과 싸우면서 어떤 날은 승리하고 어떤 날은 패배한 나날이 결국 승리의 기억으로 남았어요. 저의 못난 점, 미운 점도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기면서 자유를 조금 획득했죠. 잃어버린 건 아무래도 체력?(웃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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