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향연, 도쿄에서 펼쳐진 불가리 칼레이도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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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한 색의 예술. 1970년에 제작한 블랙 에나멜과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골드 네크리스와 화이트 에나멜, 루비가 세팅된 골드세르펜티 네크리스. ©Matthieu Lavanchy 10월 말 즈음, 도쿄는 이맘때의 날씨가 참 적당하다. 무작정 걷고 싶어지는 계절. 불가리 호텔의 44층 전망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쿄는 오밀조밀 정갈하다. 밝은 빛의 편백으로 이뤄진 객실에선 은은한 향이 느긋하게 퍼진다. 커다란 침대는 통창을 향해 자리해 누우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평온하다. 도쿄 국립 신미술관은 처음이다. 유리 커튼월 파사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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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한 색의 예술. 1970년에 제작한 블랙 에나멜과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골드 네크리스와 화이트 에나멜, 루비가 세팅된 골드세르펜티 네크리스. ©Matthieu Lavanchy 10월 말 즈음, 도쿄는 이맘때의 날씨가 참 적당하다. 무작정 걷고 싶어지는 계절. 불가리 호텔의 44층 전망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쿄는 오밀조밀 정갈하다. 밝은 빛의 편백으로 이뤄진 객실에선 은은한 향이 느긋하게 퍼진다. 커다란 침대는 통창을 향해 자리해 누우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평온하다. 도쿄 국립 신미술관은 처음이다. 유리 커튼월 파사드와 유려한 곡선 구조로 굽이치는 파도 형상을 한 구마 겐고의 건축물. 전시 면적이 1만4천 제곱미터로 일본 최대 규모의 공간을 자랑하는 미술관이다. 우리가 도쿄에 온 이유이기도 한 <불가리 칼레이도스 BVLGARI Kaleidos : 색, 문화, 그리고 공예> 역시 로만 하이 주얼러 불가리가 일본에서 선보이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전시다. 고대 그리스어인 칼레이도스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칼로스 Kalos와 형상을 의미하는 이도스 Eidos에서 유래한 단어로, 만화경(Kaleidoscope)의 어원이다. 불가리는 그간 구축해온 생동감 넘치는 색채의 미학을 하나의 세계로 압축했다. 도쿄 국립 신미술관은 말 그대로 거대한 만화경이 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과 책에서나 봤을법한 세계 유수의 프라이빗 컬렉션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약 3백50점의 컬러풀한 마스터피스가 한자리에 모였다. 색채의 혁명 오랜 세월 동안 불가리는 형형색색의 젬스톤을 대담하게 다루며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창립자 소티리오 불가리 Sotirio Bulgari의 초기 작품에서도 이미 색에 대한 탐구가 엿보였다. 하지만 1900년대 초만 해도 하이 주얼리는 플래티넘과 단색 위주의 보수적 디자인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이탈리아에는 색채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불가리는 누구보다 빠르게 그 변화를 포착했다. 1950년대, 불가리는 옐로 골드에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조합한 대담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컬러 주얼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전까지 준보석으로 여겼던 아메시스트, 시트린, 튀르쿠아즈 등의 생동감 넘치는 색감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브랜드 시그니처인 카보숑컷을 더해 색의 깊이와 밀도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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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큼직한 컬러 스톤을 주얼리의 중심에 배치하는 방식은 당시 상당히 급진적인 일이었다. 이런 과감한 시도들은 불가리를 ‘컬러 잼스톤의 대가’로 자리 잡게 했다. 전시는 세 개의 챕터를 통해 불가리의 색채 혁명을 조명한다. 첫 번째 챕터 ‘색채의 과학’은 불가리가 색을 활용해온 방식을 소개한다. 1940년경 제작한 시트린 브레이슬릿은 골드와 플래티넘, 다이아몬드를 조합해 로마의 황금빛 석양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오렌지 스펙트럼을 구현한 희귀 아카이브다. 1954년에 제작한 플래티넘 뱅글은 카보숑컷으로 깊이감을 강조한 큼직한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루비, 다이아몬드를 대담하게 배치해 불가리의 시그니처인 붉은색과 파란색의 극적인 대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에메랄드, 아메시스트, 튀르쿠아즈, 다이아몬드를 과감하게 조합한 네크리스와 이어링 세트는 불가리의 정교한 미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두 번째 챕터 ‘색채의 상징성’은 색이 지닌 문화적 의미와 상징적 힘을 다룬다. 이 섹션의 중심에는 1961년에 제작한 플래티넘 네크리스 세븐 원더스가 있다. 일곱 개의 선명한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이 네크리스는 모니카 비티와 지나 롤로브리지다 등 당대의 아이콘들이 착용한 것으로도 유명한 불가리 헤리티지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세 번째 ‘빛의 힘’은 색을 인식하는 데 있어 빛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버와 골드처럼 반사율이 높은 금속이 빛을 받아 변화하는 색의 효과에 주목하고,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와 진주를 세팅한 희귀 주얼리를 통해 빛과 색의 관계를 드러낸다. 핵심 작품으로는 1978년에 제작한 세르펜티 이브닝 백. 서로 다른 세 가지 골드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반사와 질감의 차이가 돋보이는 아카이브다. 이어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1969년 작 원 오브 어 카인드 소투아르가 등장한다. 옐로 골드에 아메시스트, 튀르쿠아즈, 시트린,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조합은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만화경적 색채’의 면모를 단번에 설명한다. 색채와 예술 이번 전시엔 세명의 현대 미술 작가가 참여해, 주관적인 시선으로 불가리의 미학적 세계관을 사유한 설치미술 작품들을 선보인다. 모두 ‘색의 움직임’이라는 공통 주제를 담았다. ‘색채의 과학’ 챕터가 마무리될 지점, 불현듯 형형색색의 자동 세차장 같은 방이 등장한다. 거대한 브러시들이 투박한 소리를 내며 역동적으로 회전하고 있다.
정리
자동차 세차 브러시의 회전 구조를 예술적 오브제로 전환한 라라 파바레토 Lara Favaretto의 설치작품 ‘레벨 파이브 Level Five’다. 부드럽고 조각적인 형태로 탈바꿈한 다채로운 색상의 브러시들은 순간적으로 합쳐졌다가 흩어지고, 멈췄다가 다시 돌기를 반복한다. 움직임과 리듬, 색 에너지의 3중주가 펼쳐지며 시각적 명상을 통해 기계와 유기체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는 작품. ‘색채의 상징성’ 챕터엔 모리 마리코 Mori Mariko의 ‘오노고로의 스톤 III Onogoro Stone III’가 자리했다. 새하얀 공간 한가운데 성인 키 높이의 크고 투명한 돌 하나가 놓여 있고, 금속성 표면에 반사된 빛은 고정되지 않은 색감을 띠며 관람객의 위치와 조명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고대 일본 신화에서 기원을 찾은 서사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옮긴 작품. 미래적인 소재와 영적 미니멀리즘을 결합해 ‘기원’이라는 개념을 하나의 조형물로 압축해 시각화했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나카야마 아키코 Nakayama Akiko의 ‘에코 Echo’. 어두운 공간 중앙에 놓인 카메라, 벽면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색의 투사 이미지, 그리고 물거품이 터지는 영롱한 소리가 맞물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나카야마의 작품은 물, 안료, 소리가 실시간으로 결합하며 형태가 끊임없이 바뀌는 ‘살아 있는 회화’에 가깝다. 미세한 진동은 미네랄 안료에 잔파동을 일으키고, 그 표면에서 생성된 색의 패턴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보석처럼 보이는 색의 물방울들은 불규칙하게 생겨나다가 터진다. 카메라는 이 장면을 광학 줌으로 포착해 거대한 이미지로 벽면에 투사한다. 유동적이고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들이 화면 위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이번 전시장의 디자인은 일본 건축 스튜디오 사나 SANAA의 세지마 가즈요 Sejima Kazuyo와 니시자와 류에 Nishizawa Ryue, 그리고 이탈리아 디자인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즈마 Formafantasma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모든 전시 공간은 디바스드림의 부채꼴 실루엣을 연상시키는 곡선형 벽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는 고대 로마 카라칼라 황제 목욕탕의 모자이크에서 착안한 요소다. 곡선 구조는 반투명한 재질, 세밀한 색채 표현을 더해 불가리의 문화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관람객은 유려한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색으로 채워진 거대한 세계를 여행하듯 전시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2025년 12월 15일 까지 진행된다. 1965년~1975년도 광고 아카이브. ©Gaio Bacci 관련기사 watches 대담하고 정교하게 이끌어온 불가리의 여정 2025.10.16.by 최태경 watches 워치스 앤 원더스 2025 ‘불가리’ 2025.05.09.by 김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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